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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인지신경과학] 눈과 입이 즐겁다 - 일본 드라마, 영화 속 음식

룬이 2010. 2. 9. 18:25

  mirror neuron(직역하면 거울 신경세포)이라는 것이 있다. 나도 인지 심리학 관련 수업 시간에 간단하게 배운 정도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대상이라고 느꼈었다. 무슨 소리인지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다른 사람이 다리에 상처를 입어 매우 아파하는 모습을 단지 보았을 뿐인데 (즉 당신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인데도) 당신의 뇌 속에 다리 부분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 된다. 심지어 환자뿐만 아니라 당신도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의 활성화로 환자에 준하는 엔돌핀이 솟아날지도 모른다. 이 때 활성화된 신경세포가 거울 뉴런인 것이다.

*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 : 이 두가지는 우리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물질의 배출?ㅋㅋ작용과 관련된다. (더 자세한 것은 생물 심리학에서...)
* 엔돌핀 : 우리 몸이 아플때 그 고통을 감하기 위해 체내에서 발원하는 물질 (잘 이해가 안가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모르핀이라고 생각하면된다.)

  다른 사람의 상태를 '비추어' 자신의 상태에도 변화를 주는 신경세포이기에 이름을 거울뉴런이라고  지은 거 같다. 물리적 자극이 직접적으로 유기체에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그와 흡사한(동일성을 증명하기엔 너무나 고되다) 신호를 유발해 그에따른 반응을 또한 유발한 다는 것은 정말 신기히다.

  서두가 길어졌지만(=ㅂ=) 앞으로 내가 소개할 드라마 및 영화에서 나오는 음식이 우리의 거울신경을 활성화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필연적으로(?) 관련 내용을 쥐어짜내게 되었다. 제목에 눈 뿐만 아니라 입이 즐겁다고  쓴 이유는 적어도 밝혀야 되니...



  나는 맛있는 음식들이 소재가 되는 혹은 중심 소재는 아니지만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나오는 영화 및 드라마를 보면 스토리 전개가 좋지 않더라도 쭈욱 보는 습성이 있다. 반짝반짝 거리는 그릇 위에 놓인 빛나는 그 요리들을 보면 다음화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_=v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고 싶은 일본 드라마 및 영화는 오센, 유성의 인연, 런치의 여왕,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인데(그러고보니 카모메 식당만 영화다 ㄷㄷ) 스토리보다는 해당 드라마 및 영화에서 나온 음식을 보여주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1. 오센
  *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와 관련 내용의 출처 : http://www.ntv.co.jp/osen 

  사실, 오센은 2008년 봄 그러니까 무려 2년전에 본 일본드라마라서 지금 이렇게 리뷰 비스무리(?) 쓰자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아무튼 오센은 잇쇼안(一升庵)이라고 불리는 노포요정(老舗料亭-대대로 물려와 역사가 깊은 요릿집 정도?!)의 인솔자인 여주인공이다. 전체적 스토리는 오센과 잇쇼안의 식구들이 전자렌지 3분 ok 식품들로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요리(음식, 그릇, 재료 모든 것)와 잇쇼안에 대한 신념을 지켜나가며 겪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이 드라마의 음식이 눈과 입에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손님의 건강과 기분상태를 헤아리는 것에서 부터, 신선한 재료, 자연 그대로의 풍미를 존중하는 요리법, 요리가 오르는 그릇에 대한 미와 기능을 중시하는 가치관, 요리사 스스로의 정갈한 마음씨를 그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정말 소소해 보이는 요리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군침돌면서 요리를 지켜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아오이 유우가 입고 나오는 일본 전통 의상들(!!)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 유성의 인연
  *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와 관련 내용의 출처 : http://www.tbs.co.jp/ryuseinokizuna 

  이 드라마 또한 그렇게 몰입도 있게 본 드라마가 아니었는지라 이제 가물가물하다. 주인공인 세 남매가 어렸을 적 돌연 살해된 부모님의 원수를 찾아 그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그 원수가 은근 충격적이면서도 은근 예상되는 인물이었던지라 드라마 중간중간의 코믹한 요소 말고는 그다지 흥미롭게 본 스토리는 아니었다. 이 드라마에서 주되게 나왔던 요리는 하야시라이스(林ライス-그대로 해석하면 수풀밥이다..ㄷㄷ)로 주인공들의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아리아케'란 식당의 주 메뉴였다. 뿐만 아니라 하야시라이스는 주인공들간의 남매애와 그들이 가지는 부모님에 대한 추억, 사랑이담긴 음식으로 표현되며 원수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은은하면서도 진해보이는 갈색빛과 고슬고슬한 쌀밥과 한 숟갈 입에 넣어 오물조물 씹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던 것 같다. 또 한가지 눈과 입이 즐거웠던 이유는 하야시라이스 말고 낫또를 이용한 요리의 등장 때문이었다. 한때 위장 쪽이 좋지 않았을 때 낫또를 밥에 비벼 먹곤 했었는데 그맛이 처음에는 이상하고 구역질이(!!) 났지만 몸에 좋은 거다 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먹었다. 이게 입에 적응이 되면서 약간 커피맛?처럼 씁쓸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하기도 한 맛이 나고 끈적끈적 몰캉몰캉한 질감이 도는게 굉장히 맛있었다. 아무튼 이런 낫또를 반숙계란 후라이와 겨자, 간장에 곁들어 먹는 낫또덮밥이란 신메뉴(!!)로 소개하는데 무척 맛있어 보였다. 



3. 런치의 여왕
 *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와 관련 내용 출처: http://www.fujitv.co.jp/b_hp/lunch/index.html 

  유성의 인연보다 더 몰입도 없게(;;) 본 드라마이다. 또 조금은 오래된 드라마(2002)이기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씬도 제법있다. 작은 양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네 형제와 엉뚱발랄한 주인공 여자의 알콩달콩살벌(?)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드라마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마음에 안들었다고 하더라도 내 눈과 입을 즐겁게 한 요리가 이 드라마에 있으니 흠.. 요리라기보다는 소스다. 데미그라스 소스!! 장인 정신으로 몇일간 정성껏 만들어진 데미그라스 소스는 오무라이스나 함박스테이크에 듬뿍 드레싱된 된다. 왜 오무라이스 안의 볶음밥을 케찹에 볶고 오무라이스 밖에도 케찹으로 마무리 범벅을 해주는가? 이건 속옷을 바깥에 또 껴 입는 행위와 다를바 없다고 드라마속 차남의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숟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지면서 계란 노른자가 흘러내려와 진한 데미그라스 소스와 어우러진다. 부드럽고 살진 고기를 한 입 크기르 썰어 흘러내린 계란 노른자와 데미그라스 소스에 듬뿍 찍는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요리를 즐기는 손님들의 손동작과 그 끝에서 벌어지는 군침넘어가는 장면을 잘 담은 드라마이다. 또한 내가 왠만한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가 고민되면 일단 시켜먹는 어린에 세트(이 레스토랑의 여러 메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좋으나...나이제한 걸어놓는 레스토랑이 밉다.)가 등장해서 또한 즐거웠다. 마지막의 수프는 차남이 개발한 차가운(아마도) 감자 수프인 '비시소와즈'였던 것 같다. 뽀얀 수프에서 감자의 맛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다. 



4. 심야식당
 *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와 관련 내용 출처: http://www.mbs.jp/meshiya/
 
  맨 처음 심야라는 말 때문에 야한 내용의 드라마인줄 알고 관심밖으로 밀어냈었는데 어떤 사이트의 리뷰를 읽고 이런 좋은 작품을 내가 하마터면 놓칠뻔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가끔 몇몇 화에서 19금 장면이 나오긴 한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음식 덕분에 눈과 입이 즐거웠고 내용의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제작과정을 담은 스페셜화를 보고나서 이 드라마는 여러번 봐도 좋을 드라마라고 느꼈다.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식당에서 손님들이 털어놓는 각자의 이야기 혹은 심야식당 자체가 주 배경이 되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드라마이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에는 거기에 관계된 음식들이 있는데 이 음식들은 한번쯤은 누구나 먹어보았음직한 서민적인 음식이거나 조금은 특이하지만 전혀 화려하지는 않은 음식들이다. 드라마 속 담담하고 절제된 이야기 전달방법은 극적이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매우 진지한 사람들의 감정을 차가운 불처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희노애락은 떠들석하고 유쾌하며 또한 절망적이고 격정적이다.







  잊고 있었던 일들, 사람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음식. 이 모든 것이 조촐하지만 정이 가는 그 좁은 식당에 다 모여 있다. 부드럽고 정감가는 주인의 인사와 이야기를 털어 놓는 사람들의 사정, 마음을 그냥 조용히 들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음식들의 맛을 더욱 고요하고 단아한 음식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각 화가 끝날 즈음이면 해당 화에서 소개된 요리의 요리법이나 팁을 가르쳐 준다.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번 쯤 따라서 시도해 본다면 보다 눈과 입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카모메식당
 *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와 관련 내용 출처: http://nikkatsu.com/movie/official/kamome-movie 

  이 영화를 즐겁게 본 이유는 맛난 음식과 그를 소박하고 정성껏, 그리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만드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삶과 부엌(흑흑 저런 부엌 가지고 싶어 아닌 저런 가게 차리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요리엔 자신없지만...), 가치관이 그려져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외유내강한 식당 주인과 장사 정말 안됬던 카모메식당 이야기(우리말로는 갈매기식당), 카모메식당으로 점점 밀려오는 사람들과 그들의 감정, 삶이 담백하고 수수한 요리가 올려진 식탁위에서 만나고 통한다.




  영화 속에서 soul 음식이라고 칭해졌던 오니기리, 카모메식당의 첫손님이 선택한 커피, 혀를 차는 동네 아줌마들을 제발로 들여오게한 시나몬롤, 노릇하게 구어진 연어...등등 이곳에서 소개된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수다를 떨면서 입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에 흥겨워하는 모습과 냠냠쩝쩝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장면임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다. 일본이든 핀란드이든 음식은 사람에게 눈과 입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통하게 하며 부드럽고 스스로 거닐게끔 한다.
(+ 영화 속 색감과 화면 구도를 즐기는 것도 감상의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그 음식을 상상속에서 먹고 있고 실제로 침이 그득 고일 때가 있다. 또 영상 자체에서 비춰주는 반질반질하고 색감이 살아있는 재료나 음식들을 볼 때도 또한 즐겁다. 그렇다보니 개인적으로 이런 음식을 소재로한 + 맛깔나게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가 난 좋다...기억에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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